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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낵·음료 기업의 ‘제로 슈거 경쟁’ 마케팅 전략 심층 분석

세계적인 스낵·음료 기업들이 앞다투어 ‘제로 슈거(Zero Sugar)’ 제품을 내놓으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 다이어트 탄산음료 정도에 머물던 무설탕 제품이 이제는 탄산, 아이스티, 에너지음료, 과채음료, 심지어 스낵과 디저트 영역까지 확산되면서, “설탕을 줄인 브랜드가 곧 앞선 브랜드”라는 인식이 마케팅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이 단순한 한시적 유행이 아니라, 건강·규제·소비자 심리 변화가 맞물린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로 슈거 경쟁에 뛰어드는 가장 큰 배경은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에 대한 경각심 확산이다. 각국 정부가 설탕세 도입, 영양성분 표시 강화, 어린이 대상 광고 규제 등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고당 제품 이미지는 곧 브랜드 리스크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기존 히트 상품의 맛과 브랜드 자산은 유지하면서, 설탕을 빼거나 줄인 ‘파생 제품군’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제로 슈거는 “죄책감 없이 즐기는 만족”이라는 메시지로 포지셔닝된다. 소비자는 여전히 달콤한 맛과 스낵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건강 부담과 체중 증가에 대한 불안도 동시에 안고 있다. 글로벌 스낵·음료 기업들은 이 양가적 욕구를 겨냥해 “칼로리는 줄이되 재미와 즐거움은 그대로”라는 광고 문구, 슬림한 패키지,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등을 내세우며 제로 슈거 라인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는 기존 대표 제품과 ‘제로 슈거 버전’을 쌍으로 운영하는 투 트랙 전략이 두드러진다. 대표 탄산음료에 오리지널·라이트·제로를 동시에 배치해 매대 점유율을 넓히고, 소비자가 상황과 기분에 따라 선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면서 건강 지향 소비 흐름을 흡수하는 안전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평가된다.

소비자 심리 분석 전문가 정서윤 연구원은 “제로 슈거 제품은 기능적으로는 ‘당류 감소’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는 안심 신호’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운동·다이어트·자기관리 콘텐츠가 일상화된 시대에, 제로 슈거 제품은 스스로를 관리하는 이미지와 잘 결합된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도 제로 슈거 경쟁은 치열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SNS 인플루언서, 피트니스 크리에이터, 헬스 앱과의 협업을 통해 ‘제로 슈거=건강한 선택’ 이미지를 반복 노출한다. 챌린지 참여형 캠페인, 칼로리 비교 콘텐츠, “오늘은 제로로 바꿔보자”와 같은 짧은 슬로건이 영상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 특히 젊은 세대를 겨냥해 음악·댄스·게임 요소를 결합한 숏폼 콘텐츠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스낵 브랜드들은 제로 슈거를 스낵 카테고리로 확장하며 ‘설탕은 줄이고 식이섬유·단백질·비타민은 더했다’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다. 과자·바·그래놀라 제품에 “무가당”, “저당”, “제로 슈거 코팅” 등의 문구를 붙이고, 패키지 전면에 ‘저당 인증’·‘당류 xx% 감소’와 같은 숫자형 표현을 크게 배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소비자가 복잡한 영양 정보를 해석하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덜 부담스럽다’는 인상을 받도록 설계된 전략이다.

그러나 제로 슈거 경쟁을 둘러싼 비판도 존재한다. 일부 제품은 설탕 대신 합성 감미료·당알코올 등을 사용하면서도 ‘제로’ 이미지만 강조해, 소비자가 실제 건강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양학 전문가들은 “당을 줄인 것이 곧 건강식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나트륨·포화지방·첨가물 등 다른 요소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품정책 전문가 이도형 교수는 “글로벌 기업의 제로 슈거 전략은 규제 대응과 이미지 세탁, 그리고 새로운 수요 창출이 결합된 복합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설탕 규제가 강화될수록 제로 슈거 라인은 ‘규제 친화적 포트폴리오’ 역할을 한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건강을 생각하는 책임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과정에서 ‘헬스 워싱(health-washing)’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분·영양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제로 슈거 경쟁은 맛과 식감의 정교함을 둘러싼 기술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설탕과 유사한 단맛과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복합 감미료 블렌딩, 천연 유래 감미료, 입안에서의 점도·잔향까지 설계하는 미각 공학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 개인화 마케팅을 통해 “당뇨 가족력 보유자”, “다이어트 앱 이용자” 등 건강 관심도가 높은 소비자군을 정밀 타깃으로 설정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로 슈거 경쟁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핵심은 전체 식습관”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루 한두 잔의 제로 음료가 아니라, 전체 당류 섭취량·가공식품 의존도·신체활동 수준 등 생활 전반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스낵·음료 기업의 전략 변화는 설탕 중심 식품 시장에 균열을 낸 첫 신호탄으로 평가되며, 향후 식품 산업 전반의 제품 설계와 마케팅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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