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불편해 병원을 찾았는데, 심전도 결과가 정상이면 안도와 혼란이 동시에 찾아온다. “심장은 괜찮다는데 왜 이렇게 불편할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심전도는 중요한 검사이지만, 모든 원인을 다 보여 주지는 않는다. 심전도가 정상이라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 심장 박동에 뚜렷한 이상이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답답함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그 너머의 가능성을 차분히 살펴야 한다.
먼저 심전도가 포착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 협심증처럼 심장 혈관이 일시적으로 좁아지면, 증상이 없는 동안에는 심전도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운동이나 스트레스가 더해질 때만 혈류가 부족해지는 유형이다. 이 경우에는 운동부하검사나 심장 초음파, 심장 CT가 추가로 필요하다. 심전도가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심장 질환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심근염이나 심장막염 같은 염증성 질환도 초기에는 심전도 변화가 미미할 수 있다. 가벼운 흉통과 미열, 피로가 동반되면서 점차 악화된다. 혈액검사와 초음파로 심장 기능과 염증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돌연한 흉통과 호흡곤란, 실신이 동반되면 즉각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시간이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가슴 답답함의 원인이 폐나 흉벽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흔하다. 천식, 폐렴, 폐 색전증은 흉부 압박감과 숨참을 유발할 수 있다. 늑연골염이나 근막 통증은 심장과 비슷한 흉통을 만들지만, 움직임이나 누를 때 통증이 변한다. 흉부 X선과 혈액검사, 필요 시 CT로 폐와 흉벽을 평가해야 한다. 심전도만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역류성 식도염은 대표적인 혼동 질환이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 흉골 뒤쪽이 타는 듯 답답해진다. 누웠을 때 심해지고, 식후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심장 질환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제산제에 반응하고 내시경에서 식도 염증이 확인되기도 한다. 식도 운동 이상, 위장 기능 저하도 비슷한 불편감을 만든다. 흉통의 원인은 가슴 한가운데가 아니라 복부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불안과 공황 증상도 가슴을 죄는 듯한 압박을 만든다.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동반되면, 누구나 심장마비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심전도와 검사에서 이상이 없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반복된다면 심리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가짜’가 아니라, 자율신경의 과민 반응으로 설명된다. 적절한 상담과 치료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진료실에서는 증상의 시간대, 유발 요인, 지속 시간, 동반 증상을 세밀하게 묻는다. 계단을 오를 때 심해지는지, 쉬면 좋아지는지, 식사와 체위 변화에 따른 차이는 어떤지 확인한다. 흉통 일기를 작성하면 패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어서 초음파, 운동부하검사, 혈액검사 등 단계적 검사가 진행된다. 모든 검사를 한 번에 시행하기보다, 가능성이 높은 순서대로 접근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고 신호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흉통이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식은땀·구토·현기증이 동반되면 즉시 응급실 평가가 필요하다. 팔이나 턱, 등으로 통증이 퍼지는 양상, 새로 시작된 심한 호흡곤란도 마찬가지다. 심전도가 정상으로 나왔던 과거 기록이, 현재의 위험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증상이 다르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치료는 원인에 맞춰 달라진다. 협심증이 의심되면 약물 치료와 위험 인자 관리가 병행되고, 필요 시 스텐트 시술이 고려된다. 폐 질환에는 항생제나 항응고제, 천식 조절제가 쓰인다. 역류성 식도염은 식습관 교정과 약물로 호전된다. 불안이 중심이면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한 가지 해법이 모든 답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심전도 정상=안전”이라는 등식을 경계한다. 심전도는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 가슴 답답함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두려워하는 극단 모두 위험하다. 자신의 증상을 기록하고, 변화가 있을 때는 의료진과 상의하며, 필요 시 검사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접근이 합리적이다. 심전도가 정상일 때야말로, 원인을 차분히 좁혀 갈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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